가슴속에 등불을 켜면-문정영
가슴속에 등불을 켜고 보면 저만큼 지나가 버린 사람의 뒷모습도 아름답다 젊음의 서투른 젓가락질 사이로 빠져나간 생각들이 접시에 다시 담기고 사랑니 뺀 빰처럼 부풀어 오른 한낮의 취기도 딱딱한 거리를 훈훈하게 한다
나무들도 나처럼
한 잔의 술로 등불을 켜는 것일까 겨울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여윈 저들의 어깨가 지나친 사람의 뒷모습처럼 아름답다 한때 와디가 흐르지 않는 사막처럼 모래성이 쌓이던.
씹히지 않던 일상도 생각의
양쪽 어금니를 사용하면 잘게 부셔져 소화된다 입 속을 행구워낸 한 모금의
수돗물로도 입내음이 향기롭다
가슴속에 등불을 켜고 보면 스쳐 지나간
사람의 옛모습도 종이학처럼 작게 접힌다
불도저 콤바인이 바삐 외치며 분주합니다
다랑치 논밭은 잡풀로 무성하고 주인의 그림자가 그립습니다
내 가슴에도 작은 텃밭이 있습니다
이제 호미와 괭이로 이랑이랑 꽃씨를 놓고요 그리고 기도하렵니다
마음의 정원에 날마다 날마다 결고운 미소가 피어 나기를...
-지산 이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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