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르니 2012. 11. 20. 23:18

            ♡* 벽에 기대어 / 김경훈 [石香] *♡

    어린 시절 자꾸만 짧아지는 햇살의 꼬리를 부여잡고 담벼락에 기대어 따스함을 오랫동안 누리고 싶어하던 묵은 기억이 있다 노을이라 이름하는 풍경에 기대어 부러움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저녁에는 그 언제던가 오래전 사랑이라는 이름의 가슴에 기대어 편안히 잠들던 그 날도 새삼스럽다 기댄다는 것 편안하다는 것 나도 어느 날에는 누군가 기대어도 좋을 푹신하고 아늑한 벽이 되고 싶다 그 누구라도 찾아와 슬픔을 벗어놓고 기쁨을 입고갈 수 있도록 두고 두고 그 순간이 오래 기억될 수 있도록